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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작가

◇ 보건교사 안은영

지은이 : 안은영

펴낸 곳 : 믿음사

 

 

 

 

보건교사 안은영!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보건교사인 안은영이 주인공인 책이에요. 며칠 전 책을 읽기 시작해서 진짜 앉은자리에서 두 시간 만에 완독하고 이제야 리뷰를 쓰는 데 미리 말하자면 소리 내서 웃은 책은 진짜 오랜만이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은영의 핸드백 속에는 항상 비비탄 총과, 무지개 색 늘어나는 깔떄기 형 장난감 칼이 들어있습니다. 어째서 멀쩡한 30대 여성이 이런 걸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속이 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은 멀쩡하지 않아서겠지. --- 그녀에겐 이른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13p)

 

은영이 보는 것은 일종의 엑토플라즘,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입자들의 응집체다. 미색 젤리 같은 응집체는 종류와 생성 시기에 따라 점성이 달랐다. --- 장난감 칼과 초이에 은영 본인의 기운을 입히면 젤리 덩어리와 싸울 수 있었다, 비비탄 총은 하루에 스물두 발, 플라스틱 칼은 15분 정도 사용 가능하다. (14p)

 

 

한문교사 홍인표

인표의 할아버지는 사립학교 재단뿐 아니라 규모있는 사업을 몇 개 굴리는 큰손이었고, 인표는 가장 사랑받는 손자였다. 그러다 보니 오토바이 한 대쯤은 몰래 살 수 있는 용돈을 받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다. --- 온몸이 산산조각이 났다가 다시 짜 맞춰졌다. --- 한쪽 다리는 사고 이후 끝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 지금처럼 되었다. (17p)

 

재단 집안이면 보통 다들 아니꼽게 생각하고 재수 없어 하기 마련이지만, 한적한 교화목을 맡은 데다 다리를 저는 게 모성애와 부성애를 이끌어 내서인지 교사 사회에 부드럽게 받아들여진 편이었다. (18p)

 

안은영은 아까의 한문 선생을 보호하고 있던 거대한 장막에 감탄하고 있었다. 보건실엠만 박혀있다 보니, 가까운 데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 그 선생님을 매우 사랑했던 사람이, 죽어서도 강력한 의지를 남긴 게 틀림없었다.(21p)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은영과 인표가 해결하는 식으로 10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처음에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학교 일을 해결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아무 감정 없이 당연스럽게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손을 잡고 다니고 유명한 절을 가서 기운을 보충하는 게 너무 귀엽습니다. 남산 자물쇠에서 기운을 얻는다는 것도 너무 기발했습니다.

 

 

 

 

아 저는 이 장면에서 완전 빵 터졌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고 겨드랑이를 밀라고 하는 인표의 해결방법ㅋㅋㅋㅋㅋㅋ 애들에게 태연히 이렇게 벌을 주는 이유를 설명하는 인표의 모습이 정말 안은영과 찰떡 케미입니다.


 

 

정세랑 작가님은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자신이 실패한 것일 거라 하셨는데 저는 책을 읽는 동안 작가님이 말씀하신 오로지 쾌감! 그 쾌감을 느꼈습니다. 저한텐 완전 성공적이셨어요.

 

오랜만에 소리내서 웃는 책을 만나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넷플릭스에 드라마 나왔다고 하는 데 당장 봐야겠어요. 드라마도 보고 비교해서 다음에 또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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